한국을 휩쓴 뮤지컬 {웃는 남자}를 아는가? 탄탄한 연출과 화려한 캐스팅도 성공작의 필수 요소이지만, 무엇보다 견고한 스토리가 가장 큰 성공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 원작인 빅토르 위고의 책 {웃는 남자}를 읽어 본다면 작품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 웃음 뒤의 진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웃는 남자} 는 17세기 말 영국을 배경으로 인간 존재의 존엄성과 사회의 부조리를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이다. 주인공 그윈플렌은 어린 시절 악명 높은 범죄 집단인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입가가 찢어지는 수술을 강제로 당하고, 영원히 웃는 얼굴로 살아가게 된다. 귀족의 아들이었던 그는 신분과 얼굴을 빼앗긴 채 서커스 단원으로 전락해 유랑의 삶을 살게 되며, 시각장애인 소녀 데아와 함께 비극적이면서도 따뜻한 사랑을 나눈다. 그윈플렌의 기형적인 외모는 단순한 신체적 흉터가 아니라, 인간을 외모로만 판단하는 사회의 잔혹함과 냉소를 상징한다. 이 작품은 인간의 외면과 내면 사이의 깊은 간극을 중심 주제로 삼는다. 모두가 웃는 얼굴을 보며 즐거워하지만 정작 그는 내면의 고통과 절망으로 가득 차 있다. 위고는 그윈플렌의 웃음을 통해 사회가 진정으로 외면하고 있는 것은 '진실한 감정과 정의'라는 점을 고발한다. 이야기 후반부에서 그윈플렌이 자신의 진짜 신분, 즉 귀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갈등은 극에 달한다. 그러나 그는 타락한 귀족 사회의 일원이 되는 길을 거부하고, 결국 비극적인 선택으로 삶을 마감한다. 이 결말은 인간의 존엄성과 양심이 외적인 지위나 권력보다 얼마나 중요한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웃는 남자} 는 고전적 문체와 극적인 전개 속에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간이 인간을 어떻게 소비하고, 웃음조차 상품화하는 사회에서 진정한 인간성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특히 오늘날 외모 지상주의와 신분 차별 문제를 되짚는 데에도 유의미한 통찰을 제공하며, 문학적 아름다움과 윤리적 성찰이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2. 웃는 얼굴의 역설
처음 {웃는 남자} 라는 제목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저 남자는 왜 웃고 있을까? 대체 뭐가 좋아서 웃을까? 하지만 역설적인 뜻을 품고 있음을 보고 진정으로 작품에 빠져 들 수 있었다. 빅토리 위고는 그윈플렌의 기이한 외모를 통해 인간 내면과 사회의 허상을 드러낸다. 그윈플렌의 영원한 웃음은 기쁨이 아니라 고통의 상징이다. 어린 시절 콤프라치코스에게 입이 찢기는 형벌을 받고 '항상 웃는 얼굴'을 가지게 된 그는, 외모로 인해 조롱받고 동정받으며, 정체성을 빼앗긴 채 살아간다. 이 웃음은 현대 사회에서 외모 중심의 판단이 얼마나 얕고 잔인한 지를 드러내는 상징이라는 사실은 작품의 전개의 박진감을 더욱 증가 시켜주는 요인이었다. 또한, 이 작품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심 어린 메세지를 남긴다. 작품 속 콤프라치코스는 인간을 사회적 목적에 따라 왜곡시키는 제도적 폭력을 상징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교육, 매체, 사회적 규범이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통제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 또한 그윈플렌이 귀족 신분을 회복한 뒤에도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 장면은, 권력이나 신분이 인간의 근원적 고독과 소외를 치유할 수 없음을 상징한다. 이 모든 상징은 나에게 "진정한 인간성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만 같았다. 외모, 신분, 사회적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것, 그리고 타인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선이야말로 진정한 공동체의 시작임을 이 작품은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고전 문학으로 소비되기보다는, {웃는 남자} 는 오늘날 외적 가치에 치우친 사회에 깊은 반성과 통찰을 제시한다.
3. 현대적 초상
사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귀족이 자신들의 즐거움을 위해 본인들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들의 몸을 강제로 변형 시킨다는 것이 와 닿지 않았다. 주인공 그윈플렌의 찢긴 입은 육체적 기형을 넘어, 사회가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소비하는지를 반영하는 강렬한 상징이라는 사고를 가지고 작품을 보니 현대 사회의 부조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진심으로 웃고 있는 것이 아님에도, 사람들은 그의 기이한 외모에 흥미를 느끼고,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소비한다. 이는 마치 오늘날 SNS 시대에 외모, 화려한 라이프스타일, 짧고 강렬한 이미지로 타인을 소비하는 방식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윈플렌이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전락하는 작면에서 현대 사회 역시 사람을 진심보다 이미지로 평가하는 점이 연상되었다. 외모, 직업, 팔로워 수, 브랜드 가치 같은 지표가 인간의 실체를 가린다. 심지어 타인의 아픔은 스쳐 지나가는 이슈가 되거나, 심지어 콘텐츠화되어 소비되는 것이 큰 문제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웃는 남자} 는 인간이 더 이상 고유한 존재가 아니라,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한 ‘콘텐츠’로 기능하는 현실. 빅토르 위고는 이를 통해 우리가 타인을 바라보는 방식, 그리고 스스로를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얼마나 많은 ‘그윈플렌’들을 웃고 있는 얼굴 뒤에 두고 있는가?" 꼭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