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본 적 있나? 신선한 소재와 좋은 넘버로 대중의 니즈를 완벽히 맞춘 걸작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원작 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원작 소설인 책{프랑켄슈타인}을 먼저 독서 후 뮤지컬을 관람한다면 그 묘미와 깊이를 더욱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소개할 책은 메리 셀리의 원작 소설 {프랑켄슈타인} 이다.
1. 창조와 책임의 비극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은 단순한 괴물 이야기 그 이상을 담고 있는 고전이다. 이 소설은 과학의 오만함과 인간 존재의 본질, 사회가 타자에게 가하는 잔혹한 시선에 대한 문제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젊은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있으며, 그는 인간의 생명을 창조하려는 야심에 사로잡혀 결국 시체의 일부를 조합하여 생명체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생명체가 살아 숨 쉬는 순간, 그는 곧바로 그 존재를 혐오하며 버린다. 이름조차 없는 이 창조물은 자신을 버린 창조자를 찾기 위해 긴 여정을 시작하며, 인간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배척당하고 고통받는다. 결국 그는 복수심에 사로잡혀 빅터의 가족들을 해치고, 빅터는 끝없는 죄책감과 슬픔 속에서 자신의 피조물을 뒤쫓는다. 이 작품은 고딕 문학과 과학소설의 경계를 허물며 당대와 현대 모두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 신의 영역에 도전할 수 있는가, 도전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윤리적 질문이 이야기의 핵심에 있다. 빅터는 과학적 호기심과 야망에 이끌려 생명을 창조하지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회피한다. 창조된 존재는 처음에는 선하고 순수했으나, 사회의 배척과 폭력 속에서 악해진다. 이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논쟁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악한가, 아니면 사회가 그렇게 만드는가 " 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프랑켄슈타인} 은 외모 중심 사회의 위선을 고발한다. 피조물은 지성과 감정을 지녔음에도, 흉측한 외형으로 인해 끝없이 거부당하고 외면받는다. 그가 말하는 문장은 고상하고 사려 깊지만, 사람들은 그의 얼굴만 보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친다.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다. 사회는 외형, 배경, 태생과 같은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며,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 {프랑켄슈타인} 은 단지 고전 문학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의 윤리와 인간성, 타자성의 문제를 날카롭게 건드린다고 생각한다.
2. 거울 속 괴물, 우리 안의 그림자
이 책의 대표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켄슈타인의 창조물이 자신의 외모를 처음 마주하는 장면은 나에게 많은 생각이 들게 하였다. 단순한 공포를 넘어, 깊은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그는 인간처럼 사고하고 느낄 줄 아는 존재였지만, 세상은 그의 외모만을 보고 괴물로 규정했다. 이 장면은 우리가 타인을 판단하는 기준이 얼마나 피상적인가를 되묻는다고 생각한다. 괴물이 진짜 괴물이 된 것은 그 자신의 본성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거부와 편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상징적 장면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외모, 배경, 직업, 팔로워 수 같은 외적인 지표로 사람을 판단하고, 그 안의 ‘인간’을 보려 하지 않는다. 괴물의 고통은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인식하는 고통이며, 이는 SNS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필터 속의 나, 좋아요 수로 가늠되는 가치,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는 자존감 모두 이 괴물의 고통과 닮아 있는 것 같았다. 따라서 이 장면은 인간 존재의 본질은 외형이 아니라 내면에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우리가 진정 경계해야 할 ‘괴물’은 외면의 흉측함이 아니라, 그것을 괴물이라 낙인찍는 우리의 시선일지도 모른다는 경각심이 들었다. 어쩌면 철저한 외모지상주의인 이 세상에서 괴물은 외모만으로 남들을 평가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모는 외모일 뿐 그 사람의 내면까지 내포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3. 인간의 한계와 책임을 묻는 거울
대부분의 사람들은 뮤지컬로만 이 작품을 접하고 단순한 괴물 이야기로 생각한다. 하지만 소설로 접한 {프랑켄슈타인}은 인간 존재와 과학, 윤리, 책임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고전이라는 깊이감을 준다. 특히 주인공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인간 창조라는 신성불가침의 행위에 도전하면서 자신의 피조물이 살아 숨 쉬는 순간, 그것의 추악한 외모에 겁을 먹고 도망친다. 이 장면은 인간이 어떤 목표를 위해 앞만 보고 달릴 때, 그 결과와 책임에 대해 얼마나 무책임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피조물이 괴물의 외형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따뜻한 손길도, 이해의 눈길도 받지 못한 그는 결국 복수의 화신으로 변모하는 장면에서는 외적인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다름을 배척하는 사회의 차가운 시선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괴물이 되어버린 것은 그가 아니라, 그를 내몬 인간 사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괴물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배제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타인의 외형이나 출신, 다름을 판단 기준 삼는 것이 아닌, 그 존재의 내면과 고유함을 존중해야 한다는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 앞에 자신을 세우게 된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외면당한 ‘프랑켄슈타인’은 아니었을까. 또는 누군가를 괴물이라 판단했던 무책임한 ‘빅터’는 아니었을까. 외모지상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한번 쯤 고민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