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인 에어} 자존의 여정, 문학적 비평, 진정한 나로 산다는 것

책 {제인 에어} 표지 사진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남녀평등의 시대이다. 남녀가 성별의 차이로 인하여 차별을 받지 않고, 동등한 위치에서 공존하며 살아간다. 어떤 경우엔 오히려 여성의 지위가 더욱 높아지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불과 몇 십년 전에만 해도 남성의 지위가 압도적으로 여성의 지위보다 높았다.  {제인 에어}는 그 시절의 한 여성이 여성의 자아와 존엄을 지키려 하고, 결국 자기 삶의 주체자로서 살아가게 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1. 자존의 여정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는 1847년에 발표된 빅토리아 시대의 대표적인 성장 소설이자, 초기 여성 문학의 고전이다. 이 작품은 고아 출신의 여성 제인 에어가 사회적 억압과 도덕적 갈등을 극복하며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가는 여정을 다룬다.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여성의 자아와 존엄, 계급과 성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오늘날까지도 그 의미가 깊게 새겨진다. 간단한 줄거리는 고아로 태어난 제인이 이모 집에서 냉대받으며 시작된다. 그녀는 이후 롭우드 고아학교에서 힘겨운 학창 시절을 보낸 뒤, 가정교사로 일하게 된다. 그녀의 삶은 에드워드 로체스터라는 남자와 만나며 급변한다. 고용주인 로체스터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의 숨겨진 아내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자존심과 도덕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떠난다. 이후 자신을 받아주는 공동체를 만나고, 결국 스스로의 삶을 새롭게 선택할 힘을 얻게 되며 로체스터 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때는 더 이상 종속된 존재가 아닌, ‘동등한 위치’에서의 만남이다. {제인 에어}는 당시 사회가 여성에게 기대한 '순종적이고 희생적인 여성상'을 거부한 인물의 이야기다. 제인은 끝까지 자존심과 도덕성을 포기하지 않으며, 사랑과 독립 사이의 균형을 찾아간다. 작품 내내 반복되는 “나는 나 자신을 지킨다”는 제인의 태도는 그녀의 성장을 상징하는 핵심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샬럿 브론테는 제인을 통해 여성이 타인의 소유물이 아닌 ‘독립된 존재’임을 선포했고, 이는 빅토리아 시대의 보수적인 사회관에 일침을 가했다. 문학적으로도 {제인 에어} 는 고딕소설의 전통과 리얼리즘, 자전적 성장소설(Bildungsroman)의 요소를 유려하게 결합하고 있다. 롭우드 고아원이나 써른필드 저택의 묘사는 고딕적 분위기를 자아내며, 제인의 내면 독백과 심리 묘사는 리얼리즘 문학의 전형적인 깊이를 보여준다. 또한 ‘광기의 여성’으로 등장하는 베사 메이슨은 당대 식민주의적 시선을 드러내는 동시에, 억압된 여성성과 이중적 정체성에 대한 은유적 장치로도 해석 하였다. 결국 {제인 에어} 는 사랑 이야기인 동시에,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한’ 한 인간의 고독하고 숭고한 싸움을 다룬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조건과 시대의 억압에도 불구하고 끝내 자신의 존엄을 잃지 않는 제인의 서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자기다움’에 대한 이야기로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2. 문학적 비평

{제인 에어}의 시대적 배경과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여성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물론 현재는 남녀평등의 사회이지만, 당시엔 여성의 지위가 현저히 낮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정확히 어느 정도의 지위의 차이를 보였는지 아는 이들은 드물다. 그리하여 이 책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시대는 산업혁명으로 인한 경제적 격동과 물질적 팽창 속에서도, 여전히 강고한 신분제와 가부장제가 사회를 지배하던 시기였다. 여성은 교육과 직업의 기회를 제약받았으며, 인간으로서 감정의 주체로서 보다는 타인의 시선을 만족시키는 대상으로 소비되기 일쑤였다. 이런 배경 속에서 제인 에어라는 인물은 문학적으로 파격적인 존재다. 그녀는 고아라는 태생적 약점을 안고 있음에도, 지적 성장과 자율적 판단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구축하려 한다. 제인은 '조용한 저항자'이다. 그녀의 삶은 대립과 거절, 타협과 관철의 연속이지만, 그 모든 선택의 중심에는 ‘자신을 잃지 않겠다’는 내면의 확고한 윤리가 자리한다. 난 이 점이 브론테가 그리는 당대 여성의 이상화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훨씬 더 사실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상의 구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로체스터와의 관계에서 제인의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 그는 사랑하지만, 도덕과 자존을 저버리지 않는다. 이것은 단순한 로맨스의 틀을 넘어선다. 제인의 선택은 여성의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윤리적 판단과 신념에 의해 완성될 수 있음을 스스로 보여주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시대적 조건을 뛰어넘어 인간의 존엄과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이 작품은, 21세기를 살아가는 독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얼마나 자율적으로, 얼마나 진실 되게 나 자신을 살아내고 있는가?

3. 진정한 나로 산다는 것

{제인 에어} 를 읽으며 느낀 점은, 진정한 자아란 외부의 억압 속에서도 꿋꿋이 지켜낼 수 있는 내면의 힘이라는 것이다. 제인은 사회가 정한 여성의 역할, 계급의 경계, 감정의 억압이라는 굴레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싸운다. 그렇다면 이 책의 교훈이 여성한테 만 해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큰 오산이다. 성별을 막론하고 현대 사회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면의 힘을 갖추지 못하여 진정한 자아를 찾지 못한 채 살아간다. 더 많은 부, 더 아름다운 외모, 더 높은 지위를 위해 끊임없이 달려간다. 끝도 없는 욕심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여실히 드러내며 남들과의 비교를 멈추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내면의 힘은 물론 진정한 자아에는 관심도 없이 말이다. 현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이 어떤 가치와 존엄을 붙들고 살아야 하는 지를 묻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시대는 변했지만,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진정한 자아로 살아가야 하는 인간 삶의 본질은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하다. 보여지는 것이 전부인 이 세상에서 우리는 잠시 남들과 비교하기를 멈추고 나 자신의 진정한 자아가 무엇인지, 우리가 어떤 가치와 존엄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반드시 메타인지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시작이로 {제인 에어}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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