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하루 아침에 징그러운 벌레로 변해버린다면 어떨 것 같나? 침착함을 갖고 상황을 대처 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절망적이고 막막한 상황에서도 분명 배울 것은 있을 것이다. {변신}에서 벌레로 변신하여 배울 수 있는 것들을 간접 경험 해보자.
1.인간이라는 껍질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작 {변신}은 1915년 발표된 이래 20세기 문학사에 깊은 흔적을 남긴 작품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느 날 아침, 자신이 거대한 벌레로 변해버렸다는 것을 깨닫는 외판원 그레고르 잠자다. 그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왔지만, 벌레로 변한 이후 그가 쌓아온 사회적 역할과 정체성은 무참히 붕괴되고 만다. 줄거리는 단순하면서도 충격적이다. 잠자는 벌레로 변한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려 애쓰지만, 가족들은 처음엔 동정하다가 곧 혐오하고 외면하기 시작한다. 특히 여동생은 처음엔 식사를 챙기며 동정심을 보이다가, 결국 “저건 그레고르가 아니야!”라며 차가운 이별을 고한다. 아버지의 폭력, 어머니의 무력감, 그리고 가족의 생계를 다시 감당하게 된 현실은, 잠자를 점점 더 고립과 비참 속으로 밀어 넣는다. 그는 결국 방 한구석에서 조용히 죽음을 맞는다. 이 작품은 단순한 환상소설이 아니다. 카프카는 “존재란 무엇인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인간의 가치는 어떻게 규정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외면적인 모습이 뒤틀렸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이 ‘쓸모 없음’으로 치환되는 사회 구조와, 조건부 사랑이 지배하는 가족의 모습은 오늘날까지도 강한 울림을 준다. 특히 ‘변신’이라는 상징은 단순히 육체적인 괴변을 넘어, 인간 존재가 타자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소비되는지를 보여주는 은유다. 그레고르는 사실상 죽기 전부터 이미 가족에게 ‘죽은 존재’였다. 그의 노동력과 효용이 사라진 순간,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함께 지워졌기 때문이다. 카프카의 문체는 건조하고 냉정하며, 감정을 과도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이 무덤덤한 문장은 오히려 독자의 내면에 차가운 진동을 전하며, 그레고르의 고립감을 극대화시킨다. 또한, 판타지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전체에 현실적 질감이 깔려 있어, 독자들은 오히려 더욱 현실적으로 느끼게 된다. {변신} 은 단순한 기괴한 이야기로 남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 존재가 얼마나 취약하고 조건적인지를 날카롭게 드러내며, 사회와 가족, 정체성이라는 구조 속에서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소외되고 말살되는지를 섬뜩하게 보여준다. 한 인간이 벌레가 된 것이 아니라, 원래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만큼 취약했음을 드러내는 거울이 바로 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2. 존재의 조건을 묻다
"인간은 절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우리가 “인간”이라 불리는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는 사회의 인정, 가족의 기대, 경제적 생산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날카롭게 드러낸다. 주인공이 벌레로 변한 순간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그의 인간성 그 자체가 아니라, 그를 인간으로 인정해주던 ‘관계들’ 이다. 그래서 그것이 무너지면서 주인공은 고립과 큰 소외에 빠진다. 소설 속에서는 형태가 극단적으로 벌레로 변하였을 뿐, 비슷한 사례가 우리 주변엔 만연하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소외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 번째, 존재의 가치를 ‘조건’이 아닌 ‘존재 그 자체’로 인정하는 문화다. 그레고르는 성실한 가장이었고, 가족을 위해 헌신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가치가 사라지자 가족은 점차 그를 짐으로 여긴다. 우리가 사회 속에서 서로를 평가할 때 유용성이나 역할 수행 여부로만 판단한다면, 그 누구든 쉽게 그레고르의 운명과 마주할 수 있고 생각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첫 걸음은, 인간 존재의 가치를 조건적 평가가 아니라 고유한 삶의 존엄성으로 인정하는 태도이다. 가족과 사회는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 함이 간절하다. 두 번째, 내면의 정체성을 지키는 철학적 태도이다. 그레고르는 벌레가 된 이후에도 처음엔 인간의 의식과 감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외적인 형상이 달라졌어도 그는 여전히 가족을 걱정하고, 자신의 방에 있는 벽의 액자를 지키려 애썼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정체성이 외형이나 타인의 인정으로만 구성되는가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극복의 열쇠는 타자의 시선과 사회적 프레임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의 존재를 지켜내려는 자각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기 위해선 타인의 인정을 받아야만 하는가? 카프카는 이런 질문을 던졌고, 우린 우리의 삶 속에서의 경험을 통해 해답을 찾아야 한다. 세 번째, 사회 시스템의 ‘포용성’ 강화이다. {변신}은 구조적으로 약자에게 가혹한 사회의 축소판이다. 장애, 질병, 노화처럼 갑작스러운 변화에 처한 존재들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인간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유연하게 반응하고, 이들을 비정상으로 규정짓는 대신 새로운 방식으로 포용하는 구조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존엄성에 대한 ‘집단적 철학’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싶다.
3. 벌레는 누구인가
나는 평생을 인간은 정말 끈끈한 유대 관계 속에 있다고 생각해왔다. 특히, 모성애는 그 어떤 역경에도 무너지지 않을 인간 존재의 이유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변신}을 읽으며 충격을 많이 받았다. 물론 모성애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조건적인지 알게 되었다.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은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었기 때문에 버려진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도 가족에게는 ‘돈을 벌어오는 존재’로 기능하고 있었단 점이다. 변신은 단지 그가 쓸모없게 되었음을 물리적으로 보여준 계기였을 뿐이다. 즉, 그의 존재가 더 이상 이익이 되지 않자, 사랑도 의무도 차츰 벗겨져 나갔다. 이 비극은 우리의 현실과 아주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변신}을 읽으며 나 스스로에게 "우리는 얼마나 자주 누군가를 존재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누군가가 약해지고, 쓸모없어질 때에도 여전히 그의 곁에 서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쉽사리 "그렇다"는 답을 하기 어려웠다. 난 벌레가 된 것은 그레고르가 아니라,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한 인간들이라고 생각한다. {변신}은 우리에게 말한다. 인간이란 형태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고. 그리고 그 관계가 끊어질 때, 우리는 가장 인간 답지 못한 존재로 ‘변신’하게 된다고. {변신}은 지금 이 사회에서 잊고 있는 인간성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문학적 경고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인간성을 되찾도록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