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휴먼카인드} 새로운 믿음, 신뢰로 만든 사회, 성선설의 반증

책 {휴먼카인드} 표지 사진

1.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믿음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휴먼카인드} 는 인간 본성에 대한 통념을 정면으로 뒤흔드는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오랜 세월 인류를 지배해온 '이기적 인간'이라는 이미지를 낡은 신화로 규정하고, 그 반대편에서 '본래 선한 존재'로서의 인간상을 새롭게 제시한다. 이는 단지 낙관적인 희망 사항이 아니라, 다양한 역사적 사례와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구성된 주장이다. 브레흐만은 토머스 홉스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인간관에 이의를 제기하며, 그 대안으로 장 자크 루소의 인간관을 소환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본래 타인을 배려하고 협력하는 존재이며, 오히려 문명과 체제가 그러한 본성을 억압하고 왜곡해 왔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그는 전쟁, 재난, 정치, 교육,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사례를 소개한다. 예컨대, 1960년대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이나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포드 감옥 실험 등은 오랫동안 인간의 잔혹성을 입증하는 자료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브레흐만은 이 실험들이 지나치게 조작되었거나 과장되었음을 밝히며, 우리가 인간에 대해 너무 쉽게 절망해 왔음을 지적한다. 이 책의 중요한 미덕은 단지 ‘인간은 착하다’는 단순한 메시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인간의 긍정적인 본성을 전제로 한 사회 제도의 재구성이 가능하다고 본다. 실제로 북유럽 복지국가의 사례나 포르투갈의 마약 합법화 정책, 혹은 실험적 교육모델 등을 제시하며, 신뢰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이 어떻게 사회를 개선할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휴먼카인드} 는 이상주의적인 선언문이 아니다. 오히려 회의주의와 냉소주의에 물든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계를 바꾸는 출발점이 달라질 수 있음을 말하는 책이다. 브레흐만은 인간을 믿는다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지만, 그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더 큰 손실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이 책은 묻는다. 우리는 인간에 대해 어떤 전제를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

2. 신뢰로 만든 사회

{휴먼카인드} 에서 브레흐만은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그 전제를 사회 구조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인간을 불신의 대상으로 규정할수록, 제도와 시스템은 감시와 통제로 기울게 된다. 반면, 인간을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가정하면 제도 역시 보다 유연하고 개방적인 방향으로 설계될 수 있다. 이러한 철학은 단지 이상론에 머무르지 않는다. 실제로 여러 나라에서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 실험이 성과를 보인 사례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북유럽 국가들의 복지 시스템이 그러하다. 이들은 국민을 잠재적인 ‘복지 부정 수급자’로 보지 않고,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며 자율성을 존중한다. 그 결과, 높은 조세 만족도와 자발적 노동 참여율이 함께 나타나며,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다시 사람 간 신뢰를 낳는 선순환이 형성된다. 또한 브레흐만은 포르투갈의 마약 합법화 정책을 예로 든다. 포르투갈은 마약 사용자들을 범죄자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인간으로 바라보았고, 이 관점 전환은 중독률과 범죄율 모두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제도의 출발점이 ‘신뢰’일 때, 사람들은 자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회복하며 공동체 안에 건강하게 머물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흔히 신뢰를 감정적 반응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선택 가능한 시스템 디자인’이라는 점이다. 브레흐만은 우리가 인간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제도의 성격이 결정된다고 말한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가 사회를 설계할 때, 인간을 믿을 수 있는 존재로 간주할 것인가, 믿지 못할 존재로 간주할 것인가. {휴먼카인드} 는 독자에게 묻는다. 우리는 여전히 인간을 통제해야 할 존재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와 공동체를 재설계할 용기를 가질 수 있는가?

3. 성선설의 반증

{휴먼카인드} 는 우리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인간 본성에 대한 불신을 다시 묻는 책이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고 폭력적이다”라는 통념에 이의를 제기하며, 다양한 역사적·사회적 사례들을 통해 인간은 본래 ‘선한 존재’라는 주장을 조심스럽고도 설득력 있게 펼친다. 책의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단순한 낙관론이 아니라, 그 낙관론을 제도와 시스템 설계에까지 연결시킨다는 데 있다. 저자는 북유럽 복지국가의 신뢰 기반 정책, 포르투갈의 마약 합법화 사례 등 현실에서 작동한 ‘신뢰의 실험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긍정적 시선이 어떻게 구체적인 사회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이나 스탠포드 감옥 실험처럼 인간의 잔혹성을 강조해온 고전적 사례들을 재해석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오류와 과장을 기반으로 인간을 불신해 왔는지를 지적하는 부분은 깊은 반성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을 믿는 것은 순진함이 아니라, 선택 가능한 사회적 전제라는 사실이 이 책의 중심 메시지다. {휴먼카인드} 는 단순한 심리학 도서도, 철학 에세이도 아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일에서 시작해, 더 나은 공동체와 제도를 상상하게 만드는 하나의 사회적 제안서에 가깝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인간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었는가”라는 질문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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