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인간의 피안} 경계 너머의 인간성, 기술의 방향성, 인간을 되묻다

책 {인간의 피안} 표지 사진

1. 경계 너머의 인간성

하오징팡의 {인간의 피안} 은 SF적 상상력과 인문학적 사유를 결합한 단편집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과 문명이 향하는 방향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피안(彼岸)’은 말 그대로 ‘저 너머’를 뜻하며, 물리적 공간 너머 혹은 정신적 경계를 넘는 인간의 상상력, 윤리, 욕망을 탐색하는 테마를 관통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설정의 단편들이 실려 있으나,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중심 사상은 ‘기술의 진보가 인간성의 진보를 보장하는가’라는 물음이다. 가령, {접힘 도시} 와 같은 이야기에서는 다차원적 도시 구조를 통해 계급 분화와 정보 통제의 문제를 드러낸다. 첨단 과학이 발전할수록 인간 사이의 거리 또한 더 넓어지고, 진보의 정의가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하오징팡의 서사는 전통적인 SF와는 다르게, 미래의 기계적 발전 자체보다 그로 인해 변화하는 인간의 감정, 관계, 사회적 윤리를 중심에 놓는다. 작가는 마치 사회학자처럼 등장인물의 내면과 집단 심리를 탐색하고, 과학이라는 외피 속에 인간적인 질문을 던진다. “더 나은 문명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세계를 꿈꾸고 어떤 현실을 감수하고 있는가?” 특히 인상적인 점은, 그녀의 세계관이 디스토피아를 그리면서도 냉소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 속의 인간들은 시스템 속에서 단념하거나 무력해지기보다는, 자신의 자리에서 저항하고 의문을 제기하며 작지만 의미 있는 선택을 감행한다. 그 모습은 하오징팡이 말하는 ‘피안’이 단순한 기술적 유토피아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가능성을 지키려는 마음의 자세임을 보여준다. {인간의 피안} 은 단지 미래 사회를 상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이곳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타인을 대하는 태도, 기술에 대한 환상과 불안 등을 되돌아보게 한다. 경계 너머를 바라보는 이 작품은,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인간의 피안을 꿈꾸는가?

2. 기술의 방향성

{인간의 피안} 은 단순히 미래를 상상하는 SF가 아니다. 하오징팡은 기술과 문명이 진보할수록 오히려 인간의 감정은 억압되고, 사회는 더욱 정교한 위계 구조로 편성된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는 매일 스마트폰과 알고리즘에 의존하며, AI나 자동화 시스템에 점점 더 많은 결정을 위임하고 있다. 편리함은 증가하지만, 그 이면에서 우리는 ‘선택하지 않는 습관’에 익숙해지고 있다. 하오징팡은 바로 이 지점을 질문한다. “우리가 기술에 기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선택은 인간을 더 자유롭게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더 순응하게 만드는가?” {접힘 도시} 에서처럼 계층이 분리되고, 시간조차 계급에 따라 다르게 흐르는 사회는 과장된 설정처럼 보이지만, 오늘날 ‘정보 접근성’이나 ‘사회적 시간의 격차’를 떠올리면 결코 먼 얘기가 아니다. 우리는 기술을 통해 빠르게 연결되고 있으나, 동시에 누구는 더 많은 기회를 누리고, 누구는 더 많은 것을 통제당한다. 하오징팡의 이야기는 묻는다. 기술이 인간을 도구화하는 순간, 인간다움은 어디에 남게 되는가? 자동화된 도시에서, 감정 없는 관리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어떤 감각을 잃어버리고 있는가? 이 책은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여전히 인간의 온기를 지키려는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하오징팡은 미래를 상상하지만, 그 상상은 결국 현재를 향해 있다. 우리가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사회를 원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피안} 은 경계에 선 인간들에게 말한다. 문명의 진보를 따라가기만 할 것인가, 아니면 그 문명의 방향을 다시 설계할 수 있을 것인가. 독자가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오래 남는 질문이 거기에 있다.

3. 경계를 넘는 상상력, 인간을 되묻다

{인간의 피안} 은 미래를 상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상상을 거울 삼아 오늘의 인간과 사회를 비춘다. 하오징팡은 냉철한 시선으로 기술과 문명의 발전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탐색한다. 이야기 속 세계는 낯설지만, 그 불편한 디테일들은 우리가 사는 현실과 닮아 있어 더욱 날카롭게 다가온다. 이 작품의 특별한 점은, 과학과 사회, 철학과 감정을 모두 엮어 하나의 질문으로 응축한다는 데 있다. "기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물음은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한 점검이다. 각 단편 속 인물들은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작고 조용하지만 끈질기게 인간성을 지키려 애쓴다. 그것은 곧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인간의 피안} 은 상상력으로 쓰인 문학이면서도, 무게 있는 현실 철학서처럼 읽혀서 놀라곤 했다. 차가운 설정 속에서도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작가의 시선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사유를 유도한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이 물음은 인간으로서 살아가면서 꼭 진중하게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인생의 방향성을 결정 짓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하오징팡은 말한다. 피안은 저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에 달려 있다고. 지금의 결정이 미래를 만들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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