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전, 인간에게 찾아온 코로나를 기억하는가? 대부분의 일상생활이 제한되고, 소중한 것들을 잃었다. 그것은 소중한 사람, 추억, 시간 등등 다양하다. 하지만, 14세기 유럽에서는 코로나보다 몇 배는 더 강력했던 전염병인 '흑사병'이 돌았었다. 코로나와는 비교도 안될 혼란을 겪은 인류는 어떻게 살아갔을까? {페스트}에 그 이야기들이 자세히 담겨있다.
1. 부조리 속 인간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는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인간 존재와 윤리, 자유의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한 철학적 소설이다. 작품은 알제리의 한 항구 도시 ‘오랑’을 배경으로, 갑작스레 들이닥친 페스트라는 전염병이 도시 전체를 폐쇄하고 시민들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놓는 과정을 그린다. 의사 ‘리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카뮈는 인간의 고통과 죽음, 그에 맞서는 저항과 연대의 가치를 차분하고 냉철한 시선으로 조명한다. 이야기는 도시 곳곳에서 쥐가 죽어나가기 시작하며 시작되고, 이는 곧 대규모 전염병의 전조로 작용한다. 초기에는 현실을 부정하거나 회피하려는 시민들의 반응이 이어지지만, 점차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도시는 완전히 봉쇄된다. 주요 인물로는 자신의 직분을 다하려는 의사 리외, 페스트의 기록을 남기려는 타루, 신앙적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파늘루 신부, 그리고 탈출을 시도하는 랑베르 기자 등이 등장하며,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재난에 반응하고 삶과 죽음의 문제에 직면한다. {페스트}는 단순한 전염병 소설이 아니다. 카뮈는 이 병을 하나의 상징으로 활용한다. 나치즘이나 전체주의 같은 악의 체계, 인간 사회에 항상 잠재된 위협, 또는 삶 자체에 내재된 부조리를 페스트에 투영시킨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이러한 부조리와 불합리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중심 주제로 삼는다. 특히 리외와 타루가 보여주는 행동은 “무의미한 세계에 맞서는 인간의 도덕적 선택”을 상징하며, 카뮈가 말한 ‘반항하는 인간’의 전형을 보여준다. 결국 카뮈는 인간이 세계의 부조리를 인식하고도 거기에 무릎 꿇지 않고,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 책임을 다하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윤리적 존재 방식임을 강조한다. {페스트}는 인간이 마주한 가장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어떻게 희망을 발견하고, 타인에 대한 사랑과 책임으로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지를 묻는 작품이다.
2. 절망 속 연대의 힘
"그렇다면 우린 절망의 상황 속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라는 물음에 답을 하는 것이 {페스트}를 독서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책 속에서도 몇 가지 사례가 있지만, 여기 더욱 모범적인 사례를 가지고 왔다. 인간은 때때로 극한의 상황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찾을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전쟁 중에도 인간성의 불씨를 지키려 했던 "밤의 침묵" 속 사람들처럼, 절망적인 상황에서는 자신과 타인을 지키려는 본능이 더욱 강하게 발휘된다. 홀로코스트에서의 희망과 연대는 대표적인 사례로, 나치 수용소에서 겪은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사람들이 서로에게 희망을 주며 연대했다. 대표적으로 "비루한 유대인"으로 알려진 Viktor Frankl의 경험은 인간의 내면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그는 수용소에서의 극한의 고통과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타인에 대한 책임과 사랑이 고통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원천임을 증명했다. 또한, 2010년 칠레 광산 붕괴 사고에서 33명의 광부들이 69일 동안 갇혀 있었을 때, 그들은 단순히 생존을 넘어서 서로를 돌보며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일깨워주었다. 외부 세계와의 소통이 끊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 의지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을 돕고 위로했다. 그들의 연대와 희망은 전 세계적으로 큰 감동을 주었으며, 이는 타인과의 연결이 인간을 진정으로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인간이 처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타인에 대한 사랑과 책임을 다하며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음을 강력히 증명한다.
3. 나의 소견
나는 그동안 인간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래서 책을 읽는 중에도 인간이 절망적인 상황속에서 얼마나 나약해 질 수 있는지 관찰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읽는 내내 내가 주목 할 수 밖에 없던 것은 인간 존재의 나약함보다, 그 나약함 속에서도 빛나는 ‘연대의 힘’이었다. 질병이라는 비극은 단지 생물학적 재앙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이기심과 무관심, 체념과 분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그 속에서 리외, 타루, 랑베르 같은 인물들이 보여주는 끈질긴 책임감과 연민은 절망을 이겨내는 진짜 힘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었다. 그들은 거창한 구호 없이, 당연한 것을 하듯 하루하루를 버티며 서로를 지킨다. "존재만으로 힘이 된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이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겪는 팬데믹이나 사회적 위기 속에서도 마찬가지로 유효하다. 혼란과 공포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지키기에 급급하지만, {페스트}는 “당신은 어떤 인간인가?”라고 묻는 것만 같았다. 삶은 종종 무의미하고 반복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타인을 위한 작고 묵묵한 선택들이 결국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을 실감하며 살고 있다. 전염병이 퍼진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 묵묵한 선택들의 가치는 얼마나 높아질지 상상이 되나? {페스트}는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철학적 도서라고 평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