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대중과 권력층 사이엔 많은 충돌이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충동 형식은 '혁명'이다. {미친 숲} 또한 루마니아 혁명 이후의 모습을 그려낸 것이다. 이 작품은 주로 연극으로 많이 접할 수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선보인 {미친 숲} 연극을 보니 권력의 붕괴 이후에 남겨진 공허와 인간의 조건에 대한 깊은 고뇌에 빠졌다. 권력은 현재에도 존재한다. 이 작품을 보면 우리가 현재 느끼며 살고 있는 회의감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연극이전에 꼭 독서가 먼저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1. 루마니아의 겨울
이 작품은 1989년 루마니아 혁명을 중심으로, 공산 정권의 몰락과 그 이후의 사회 혼란을 날카롭게 조명한 서사극이다. 주된 무대는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부터 차우셰스쿠 정권이 무너진 직후까지의 부쿠레슈티와 티미쇼아라의 거리, 광장, 시민의 집 거실, 폐공장 등이다. 이곳에서 다양한 계층과 세대의 인물들이 엇갈리며 루마니아 사회의 내면을 해부하듯 드러낸다. 줄거리는 세 명의 중심 인물—이온(노동자), 엘레나(학생), 그리고 도미투루(정보기관 출신 인텔리)—를 축으로 전개된다. 이온은 평생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이지만 점차 배급제와 부패한 국가 체계에 환멸을 느끼며 시위대에 합류한다. 엘레나는 민주주의를 꿈꾸며 지하신문을 제작하고 거리로 나서는 대학생이며, 도미투루는 혁명 이후 자신의 정체성과 과거의 죄책감 사이에서 방황한다. 무대는 전통적인 극 형식을 따르지 않고, 브레히트식 서사극의 요소를 차용해 관객의 몰입보다는 비판적 거리감을 유도한다. 배우들은 장면 사이에서 직접 관객에게 말을 건네거나, 뉴스 영상과 실제 기록 자료를 삽입해 현실과 극의 경계를 허문다. 또한 각 인물의 관점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상대적인 의견으로 제시되며, 혁명을 둘러싼 혼란과 진실의 복잡성을 부각한다. 혁명 전야의 불안정한 사회는 전기와 물이 끊긴 가정, 감시받는 이웃들, 아슬아슬한 발언 하나에 떨던 침묵의 시대로 묘사된다. 그리고 혁명 이후에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자유가 오히려 허무와 혼란을 가져오며, 시민들은 ‘정권이 바뀌었지만 삶은 왜 그대로인가’라는 회의를 품는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단순한 혁명 찬가가 아니라, 권력의 붕괴 이후에 남겨진 공허와 인간의 조건을 질문한다. 무대의 마지막 장면은 한겨울, 눈 덮인 광장에서 모닥불을 피우는 시민들의 모습이다. 그들은 차우셰스쿠의 처형을 보며 환호하지만, 카메라를 향해 말한다.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얻었는가? 아니면 새로운 주인을 맞이했을 뿐인가?”
2.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가끔 민주주의 권리를 위협 당할 순간이 있다. 물론 대중이 모여 힘을 합쳐서 극복해나갔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민주주의에 균열이 생기고 말 것 이라고 생각한다. {미친 숲}독서라는 기회를 통해 민주주의 본질에 대하여 완벽히 파악하는 계기를 마련하자. 이 책은 특히 예술적 형식으로 재현하면서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본질을 정면에서 묻는 작품이다. 이 극은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서사극 형식을 통해, 억압받는 개인의 목소리와 권력의 폭력이 충돌하는 지점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루마니아 독재 정권 하에서 국민들은 진실을 말하지 못했고, 예술은 선전 도구로 전락했다. 이러한 사회는 말할 자유가 제거된 상태였으며, 이는 곧 생각할 자유를 박탈당한 사회였다. 처칠은 극 중 등장인물들의 단편적 시선, 말의 단절, 현실의 왜곡을 통해 표현의 자유가 사라진 사회의 불안정성과 정신적 피폐를 드러낸다. 그러나 혁명이 일어나면서, 비로소 사람들은 ‘말할 권리’를 되찾게 된다. 하지만 작품은 단순히 해방의 기쁨에 머물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가 허용된 이후에도 사람들은 갈등하고 방황한다. 이는 자유가 주어진다고 해서 곧장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미친 숲}은 단순한 정치극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왜 현대 사회에서 끊임없이 되새겨야 할 가치인지에 대한 경고이자 성찰의 장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고 독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품은 관객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으며, 말할 자유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가?”
3. 서평
카릴 처칠의 {미친 숲}은 단순한 희곡이며 연극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치적 격변기 속 인간 존재의 혼란과 사회 시스템의 붕괴가 어떻게 개인의 감정과 신념에 균열을 일으키는지를 서늘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혁명을 둘러싼 루마니아 시민들의 다양한 시선과 혼란을 독특한 서사극 형식으로 풀어낸다. 단순한 선악의 구도가 아닌, 복잡하게 얽힌 권력의 구조와 인간 심리가 뒤섞인 이 작품은 독자에게 단호한 질문을 던진다. "정의란 무엇인가?"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누구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가?" {미친 숲}의 인물들은 대의와 자유, 정의라는 말들에 기대어 행동하지만, 그 실체는 매우 모호하다. 혁명의 당위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퇴색되며, 개인들은 점차 피로와 냉소 속에 휘말린다. 이 극은 단지 루마니아의 이야기가 아니다. 권력의 공백기와 새로운 질서를 향한 혼란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마주한 여러 정치적, 사회적 문제와 그대로 겹친다. 무엇보다도 처칠은 이 작품을 통해, "표현의 자유"가 단지 말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진실을 말할 용기이자 책임임을 일깨운다. {미친 숲}은 읽고 나면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작품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민주주의 사회와 큰 관련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편함, 분노, 공감, 혼란이 뒤섞인 감정을 안긴 채, 독자에게 스스로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표현의 자유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며, 민주주의는 늘 깨어 있는 시민의 감시와 비판 속에서만 유지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 극을 통해 다시금 마주한다. 이 서늘한 자각이야말로, {미친 숲}이 던지는 진정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