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인간 실격} 실격된 존재의 고백, 자아의 혼란, 혼란을 겪는 이들에게

책 {인간 실격} 표지 사진

당신들은 스스로에게 어떤 사람인가? 자랑스럽고 잘난 사람인가? 아니면 자아의 혼란을 초례할 만큼 부끄러운 존재이고 알 수 없는 존재인가? 모두가 뭐가 어떻던 한 명의 소중한 생명으로서 스스로를 아껴주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여기 내면에 깊은 공허와 불안을 품고 자아의 혼란을 겪은 이의 흔적이 있다. 

1. 실격된 존재의 고백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은 일본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자전적 소설로,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회의와 자기 부정을 담고 있다. 작가 본인의 삶을 투영한 주인공 '요조'는 어릴 적부터 타인과의 진실한 관계를 두려워해 감정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그는 웃음을 가장하고 광대를 자처하지만, 내면에는 깊은 공허와 불안을 품고 있다. 작품은 요조가 남긴 세 편의 수기와 그를 관찰한 제3자의 해설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수기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타인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익살로 무장했던 과거가 그려진다. 두 번째 수기에서는 청년 시절의 방황, 예술가 무리와의 어울림, 자살 시도, 여성과의 관계를 통해 점점 파괴되어 가는 심리가 드러난다. 마지막 수기에서는 알코올 중독, 정신병원 수감, 인간과의 단절 등 ‘인간 실격’에 이르기까지의 전락이 집약된다. 요조는 사회와의 어긋난 관계 속에서 점차 자아가 붕괴되는 인물이다. 그는 “나는 인간으로서 실격이다”라고 선언함으로써, 스스로를 인간 공동체 바깥의 존재로 밀어낸다. 하지만 이 말 속에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역설적으로 담겨 있다. {인간 실격}이 오늘날까지도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한 비극을 넘어, 인간 내면의 나약함과 진실을 응시하는 힘에 있다. 누구도 쉽게 말하지 않는 고독, 자기 혐오, 가면 속의 자신. 작가는 요조라는 인물을 통해 이를 낱낱이 고백하며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진짜 자기 자신으로 살고 있는가?” 이 작품은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연기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그 연기의 무게는 얼마나 무거운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실격'이라는 단어는 실패나 탈락이 아닌, 어쩌면 진짜 자신을 찾아가기 위한 통과의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2. 자아의 혼란

보통 작가의 저서나 에세이는 그들의 현재 심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자신의 현재 심리 상태가 그 책의 주제 자체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 {인간 실격}은 저자 다자이 오사무의 인생 전반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자이 오사무는 일본 아오모리 현의 부유한 정치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겉보기에는 모든 것을 갖춘 듯했지만, 그는 일찍부터 자아에 대한 혼란과 외로움에 시달렸다. 반복된 자살 시도, 마약 중독, 불안정한 연애와 결혼 생활은 그가 세상과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의 이러한 심리 상태와 삶은 그의 여러 작품에 여실히 드러난다. 그중에서도 자아에 대한 혼란의 절정과도 같은 작품이 {인간 실격}이라고 한다. 그는 이 작품을 쓰고 약 한 달 뒤, 연인과 함께 투신 자살함으로써 생을 마감한다. 그렇기에 {인간 실격}은 단순한 소설이 아닌, 그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자화상이라 불린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작가의 유서와 같은 작품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요조라는 인물은 곧 다자이 오사무 자신이며, 작품 속 고백은 현실과 거의 동일하다. 타인의 기대에 응하려 애쓰면서도 진정한 교감을 갈망했던 그는, 그 틈새에서 점차 무너졌다. '나는 인간으로서 실격이다'라는 문장은 세상에 어울리지 못한 자의 절규이자, 동시에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되묻는 문학적 선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 실격}은 고통을 글로 남긴 작가의 마지막 구조 요청이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절망은 수많은 독자들에게 위로와 자각의 기회가 되었다. 다자이 오사무를 생각하면 10대 때나 20대 때나 "그는 실격되었지만, 그의 글은 지금도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라는 생각이 든다. 

3. 혼란을 겪는 이들에게

다자이 오사무는 살아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괜찮은 인간’이었던 적이 없었다. 남들이 뭐라 할지 몰라도 적어도 그는 그렇게 믿었다. 사람들 앞에서는 웃고, 글로는 찢긴 내면을 토해내면서도, 스스로를 구제받을 수 없는 존재라 여겼다. 내 주변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마음이 아프다. 다들 하나같이 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심지어 다자이 오사무는 자신을 ‘실격’된 인간이라 불렀고, 그렇게 자기를 세상 바깥으로 몰아냈다. 그래서 난 {인간 실격}은 단지 어두운 고백이 아닌, 견딜 수 없이 아픈 내면의 진실을 끝까지 외면하지 않은 사람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괴물이다. 나는 인간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다자이는 끝끝내 글을 썼고, 자신의 처절함을 낱낱이 기록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조차 자신을 혐오해도 그는 쓴다. 왜일까? 아마도 그조차 알았을 것이다. 이렇게 무너진 감정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그 책을 펼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깨닫는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이런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었구나.”, “나는 아직 실격되지 않았구나.” 혼란 속에 있다는 것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의 주변 사람들도 이 책을 펼치며 꼭 알게 되었으면 한다. 무너졌다고 느껴지는 그 순간에도, 글을 쓰거나 읽는 당신은 여전히 스스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중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인간이다. 다자이는 끝내 자신을 구하지 못했지만, 그의 글은 지금도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있다. 당신의 혼란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제발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기를 바란다. {인간 실격}은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당신은 실격되지 않았다. 단지, 너무 많이 아팠을 뿐이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여 오늘도 살아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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